곤충이란?
곤충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동물이 바로 곤충입니다. 곤충은 몸이 머리, 가슴, 배로 나뉘고 다리가 6개인 동물입니다. 곤충은 전체 동물 가운데 약 4분의 3이나 차지할 만큼 그 수가 많고 종류도 다양합니다. 지금까지 기록된 종류만 해도 약 100만 종이 넘습니다.
곤충이라는 말은 ≪한서 漢書≫에 ‘초목곤충(草木昆蟲)’으로 나타나므로, 우리 나라도 오래 전부터 곤충이라는 말을 썼을 것이나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습니다. ≪재물보 才物譜≫에는 동물에 해당되는 것들은 우충(羽蟲)·모충(毛蟲)·인충(鱗蟲)·개충(介蟲)·곤충(昆蟲)의 5무리로 나누었고, ≪물명고 物名考≫에도 또한 동물을 우충·수족(獸族, 鸁蟲 포함)·수족(水族, 인충·개충 포함)·곤충의 4무리로 나누었습니다.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금수곤충윤상변증설(禽獸昆蟲倫常辨證說)’·‘금수곤개참선변증설(禽獸昆介參禪辨證說)’이 있는데 여기서도 곤충을 볼 수 있습니다. ≪지봉유설≫에서는 금충부(禽蟲部)를 조(鳥)·수(獸)·인개(鱗介)·충치(蟲豸)로 나누었는데, 이 충치는 대체로 앞의 곤충에 해당합니다. ≪물명고≫에서는 곤충을 일년소충(一年小蟲)이라 정의한 다음,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습니다.
“발이 있는 것을 충(蟲)이라 하고 발이 없는 것을 치(豸)라 하는데, 소위 발이 있고 없고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한다. 잠촉류(蠶蠋類:누에의 유충)는 연이어 구부리면서 앞으로 가는데 배 밑에 작은 이[齒]들이 있지만 이것을 발이 없다고 한다. 드디어는 변해서 나비가 된다. 이것은 종아리가 있고 발이 있어서 설 수도 걸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것을 발이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일년 동안에 나서 자라는 종류들 가운데는 세 번 변하는 것들(나비·나방), 두 번 변하는 것들(파리·모기), 한 번 변하는 것들(매미), 변하지 않는 것들(지네·지렁이)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치와 충이 같은 것이어서 서로 변하는 것을 모른다. 그래서 드디어 발이 없는 것을 나충이라 하니 탄식할 만하다.”
이와 같이, ≪물명고≫의 저자는 곤충의 변태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곤충무리에 현대적 의미의 곤충류 이외에 거미류·진드기류·노래기류·지네류·쥐며느리류·지렁이류·거머리류, 심지어 개구리류도 넣었다. 이로 미루어보아 그 당시에는 곤충이라는 것이 매우 넓은 뜻을 내포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는 지리적으로 유라시아대륙의 극동부에 위치하고 있어, 유럽·시베리아 및 중국 동북부 등에 분포된 곤충이 주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부아시아의 대소 도서(島嶼)를 통하여 남방계종도 전래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나라는 북방계종·남방계종 및 우리의 환경에 적응하여 분화된 고유종 등 다양한 곤충상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고유종에는 꼬리명주나비·왕딱정벌레·제주왕딱정벌레·멋조롱박딱정벌레·부산멋쟁이딱정벌레·곳체개미반날개·오동나무하늘소·수원하늘소·우리군배충·긴털쑥군배충·각시군배충·제주침노린재·애매미·털매미·유지매미 등이 있습니다. 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곤충으로는 천연기념물 제218호인 장수하늘소와 제322호인 반딧불이가 있습니다.
곤충은 머리·가슴·배의 세 부분으로 구분되며, 기관호흡을 합니다. 머리에는 한 쌍의 더듬이와 입이 있고, 가슴은 세 마디로 되어 있는데 각각에 한 쌍의 다리가 있습니다. 배부분은 보통 11마디로 되어 있으며 제8∼10마디째에 생식기가 있습니다. 분화가 극히 발달하여 많은 종으로 진화하였고 그 형태가 극히 다양합니다.
특히, 그 복잡한 습성에 따라 입 모양이 변화가 심하여 메뚜기와 같이 씹는 형, 나비와 같이 말려 있는 긴 관을 뻗어 빠는 형, 빈대와 노린재같이 주사침형의 찔러 빠는 형, 파리와 같이 핥는 형, 그 중간형과 복합형 등, 실로 교묘한 구조로 여러 가지 식물을 섭취할 수 있게 적응되어 있습니다. 또한, 뛰어난 적응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동물 중 유일하게 지구 전역에 분포하여 영하 50℃ 이하의 북극지역에서 60℃ 이상의 사막지역에 이르기까지 분포하고 있습니다.
알에서 부화되어 성충이 되기까지 성장기와 변화기를 거치는데, 곤충의 체벽(體壁)은 자라지 않으므로 성장하기 위하여 낡은 껍질을 벗어야 합니다. 이를 탈피라고 하는데, 이와 같이 유충에서 성충으로 변하는 과정은 나비·벌·파리 등과 같은 완전변태와 메뚜기·노린재·바퀴 등과 같은 불완전변태로 나눌 수 있습니다.
대다수의 곤충은 단독생활을 하지만, 흰개미·개미·꿀벌 등과 같이 고도의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곤충도 있습니다. 먹이는 종류가 다양한 만큼 다양하게 먹습니다. 즉, 죽은 유기물질을 섭취하는 것(부식성 곤충), 균류를 비롯한 녹색식물을 섭취하는 것(초식성 곤충), 산 동물을 먹는 것(육식성 곤충), 기생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곤충은 인간과의 이해관계에 따라 익충과 해충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인간이 이용하는 익충에는 꿀벌의 꿀과 같이 식용으로 이용하는 것, 굼벵이를 한방에서 신장염 또는 간경화증의 치료에 이용하는 것과 같이 약용으로 이용하는 것, 누에의 고치와 같이 직물로 이용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이 밖에 벌·나비와 같이 꽃가루받이를 하는 곤충, 쇠똥구리·송장벌레·강도래와 날도래 유충 등 유기물을 분해하여 청소부의 구실을 하는 곤충 등도 익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 해를 주는 곤충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농작물 해충과 각종 질병을 옮기는 위생학적 해충으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이들 해충은 전체 곤충 수에 비하면 극소수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곤충들이 인류에게 직접·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익충이거나 해롭지 않은 곤충들입니다. 그러므로 해충을 방제할 때는 이런 곤충이 공존하고 있음을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곤충생태계의 무차별한 파괴는 인류공존의 위협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해충방제에 신중한 주의와 연구가 필요합니다.
곤충에 관한 활발한 연구와 응용은 근세에 와서야 이루어진 만큼 곤충에 관한 기록을 찾기란 매우 힘듭니다. 그러나 민속공예품이나 그림 및 속담 등을 통하여 우리와 친숙한 곤충들을 찾아볼 수는 있습니다. 장농이나 촛대받침 등에는 호랑나비의 도안이 많이 새겨져 있고, 도자기에 그려진 곤충으로는, 12세기 중엽에 만들어진《청자상감매죽포유수금문매병 靑磁象嵌梅竹蒲柳水禽文梅甁》의 버드나무 위에 벌이 나는 그림이 있습니다.
또, 정선(鄭敾)의 <과전청와도 瓜田靑蛙圖>·<국일한묘도 菊日閑猫圖>·<초충도 草蟲圖>·<홍료추선도 紅蓼秋蟬圖>·<석죽호접도 石竹胡蝶圖> 등의 그림에도 호랑나비·메뚜기·벌 등의 곤충이 그려져 있습니다. 가곡이나 동요에도 나비·귀뚜라미·잠자리, 또는 매미 등의 곤충이 소재가 되어 애창되고 있습니다.